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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재능기부’ 의 잘못된 시작과 변형의 끝 ③

입력 2021.02.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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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계예술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예술행정경영 전공 박사수료
    1997년 인디 음악제작 시작
    현재 '믹싱' 아티스트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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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호성 대표 사진제공

     

    [전문가 컬럼=한국복지신문] 김경화 기자= 우리나라에서 재능기부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는 2010년 즈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KCTI 연구보고서 〈문화예술분야 재능기부 활성화방안 연구 (박소현, 2011) 〉 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현재 그 ‘재능기부’ 라는 단어는 기형이 기형을 낳고 몇 번의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이제는 기업이 위탁 운영하는 곳에서 까지 재능기부를 빙자한 아티스트를 모집하는 기묘한 형태로 변형되고 있다.

     

    오늘 이야기 노들섬은 2005년 서울시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 계획으로 매입해 여러 우여곡절 끝에 2018년 조성공사를 겨우 끝내고 개장했다. 그리 오래된 이야기도 아닌데 주변에 역사와 세월을 너무 잘 잊는 분들이 많아서 기억을 상기시켜보고자 누가 서울 시장이었을 때 사업이 시작됐고 누가 마무리했는지 꼭 찾아봤으면 한다.

     

    더불어 ‘재능기부 문제점’ 라는 단어도 같이 검색해 봤으면 한다. 노들섬은 분명히 서울시에서 책임을 갖고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다. 처음 시작부터 문제와 논란이 많았지만,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의 능력부족을 절감하고 위탁 운영의 형태가 되었다고 해도 그 최종 책임은 세금을 운영 예산으로 분배해 주는 서울시의 책임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가 더 커진다면 분명히 위탁 운영이라는 책임회피 카드를 먼저 꺼내들 것도 분명하다.

     

    지난 2021년 2월 5일 ‘버스커’ 모집 공고가 노들섬 홈 페이지에 올라왔다. 이 공고는 현재 페이스북에서 논란이 되기 시작하는 중이다. 현재 ‘버스커’ 라는 단어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쓰지 않는 한, 기획자의 입에서 이 단어가 튀어 나오게 된다면 재능기부의 이음동의어로 쓰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문화, 예술인들의 재능기부에 대한 거부감과 논란이 거세게 일어났기 때문에 ‘재능기부’라는 단어는 이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기획자들은 ‘재능기부’라는 단어 대신 ‘버스커’, ‘거리 아티스트’ 등의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기획자들이 항상 잊는, ‘재능기부’ 와 항상 쌍으로 사용되던 단어가 있다. ‘저명한’ 이라는 단어가 그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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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호성 대표 자료제공

     

    즉, 사회적으로 성공한 저명한 누군가가 자신의 수익이 될 금전적 부분을 포기하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행위를 사회적으로 나눈다. 이게 정확한 재능기부의 뜻이다. 왜 ‘저명한’ 이라는 단어가 중요할까? 그리고 그들에게서 당신은 무엇을 나누어 받게 되는 걸까? 사회적인 성공으로 자신이 갖게 된 명성과 작품, 행위를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위치가 된 성공한 예술가 또는 사람이 선의를 갖고, 능동적인 사회참여의 한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재능기부’ 라는 말이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노들섬의 공고는 도대체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2021년 최저 시급은 8,720원이다. 대부분의 예술은 그 준비 과정의 비용을 인정받지 못한다. 특히 음악관련 부분은 더 심하다. 좋은 연주와 하모니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티스트가 1시간의 버스킹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7곡~10곡을 준비해야 하고, 연습시간은 아티스트마다 다르겠지만 1주일도 부족한 시간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봐서 다들 알겠지만 1주일은 가수가 1곡을 준비하기에도 힘든 시간이다. 그러면 지금 정부에서 좋아하는 최저 임금으로 계산해보겠다.

     

    하루 8시간으로 계산하고 일주일 동안 연습한다고 했을 때 최저 시급으로 계산하면 488,320원이 된다. 최저시급으로 계산한 이 비용이 아티스트가 그 한 무대를 위해 지불하는 최소 비용이 된다. 밴드의 경우는 멤버의 숫자만큼 그 비용이 커진다. 밴드 한 팀이 무대에 오른다면 4인조로 생각해도 200만 원 가까운 비용을 아티스트는 이미 지불한 상황이 된다.

     

    그래서 노들섬의 공고에서 지원항목을 보면 장소와 장비를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줄 테니 저명하지 않은 무명의 아티스트들아 니네가 비용을 들여서 만든 콘텐츠를 여기에서 모여서 무료로 나눠 줘라 라는 공고로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서울시가 세금으로 만들고, 세금으로 운영비용을 받고 있는 그 공간에서 말이다. (이전에 송파구청의 비슷한 공고 사례가 크게 논란이 된 후) 위탁 운영자 (위 사업의 기획자)가 해명으로 올린 글에서 ‘버스킹’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대중음악은 상업적인 논리에 의한다는 전제로 항변을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중요한 사실은 사업 당사자는 위탁 운영비로 작년 2020년 이미 세금 27억을 받았었고 (2020년 기사에서 확인) 올해는 얼마의 예산을 배정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세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공고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직원이 아니라서 자신들은 다르다고 이야기하지만 전혀 다르지 않다.

     

    자신들은 운영 사업의 당사자이니 운영에 대한 부분과 정당한 급여를 지급받는 상태에서 아티스트는 스스로 비용을 들여 완성한 작품을 모집 공고 한번으로 세금 누수로 비난 받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함과 동시에 공간의 홍보, 활성화라는 목적을 동시에 충족시키겠다는 얄팍한 생각이 바로 읽히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무대가 부족하다. 그래서 버스킹을 시도한다. 모든 공공기관의 기획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버스킹을 재능기부로 착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세금으로 지어진 텅 비어 있는 문화예술 공간을 어떤 아티스트의 콘텐츠로 채우고 싶다면 정당한 비용과 최저 임금이라도 책정하면서 아티스트를 무대에 올렸으면 한다. 아티스트 한명이 무대에 올라갈 때 그 아티스트는 이미 헤아릴 수 없는 열정페이를 지불한 상태라는 점을 꼭 명심하고...

     

    ◈ 본 전문가 컬럼은 한국복지신문과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