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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모차르트 이야기㉗ 오페라 '후궁탈출' K.384

입력 2023.08.14 08:25
수정 2023.08.1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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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송 문화예술학 박사
    여수필하모닉오케스트라 대표 예술감독
    임송 박사 자료제공 -.jpg
    임송 박사 자료제공 - 후궁탈출(Die Entfuhrung aus dem Serail) K. 384, 1782년 7월 16일 오스트리아 부르크테아터(Burgtheater) 궁정극장 초연

     

    [전문가 컬럼=한국복지신문] 정지훈 기자= 모차르트 오페라 '후궁으로부터 탈출(후궁탈출)' K. 384

    1782년(모차르트 26살), 새해가 밝아오자 모차르트는 클레멘티와 가진 피아노 경연으로 멈추었던 오페라 ‘후궁탈출’의 완성에 몰두했다. 모차르트는 황제 요제프2세의 명령으로 작년(1781년) 7월 30일에 극작가 스테파니(J. Gottlieb Stephanie, 1741~1800)로부터 라이프치히 출신의 극작가 브레츠너(C. F. Bretzner, 1748~1807)의 원본을 각색한 대본을 받아 독일어 그랜드 오페라 ‘후궁탈출’을 작곡하고 있었다.

     

    계몽군주 요제프2세 황제는 빈에서 유행하는 오페라가 이탈리아 대본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민족주의 입장의 예술적 야망을 가지고 독일어 오페라 징슈필(German Opera, National Singspiel)을 장려하고 있었다. 모차르트 자신도 모든 오페라를 이탈리아 대본으로 작곡하면서 독일어 오페라를 만드는 것을 소중한 꿈으로 바라고 있던 차에 황제의 요청을 받자 이를 신의 섭리로 여기며 기쁘게 작업을 시작하였다.

     

    음악과 함께 하는 오페라 “후궁으로부터 탈출(후궁탈출)” 줄거리

     

    '후궁탈출 서곡(Mozart Overture Seraglio k.384)'

    Presto C장조 2/2박자-Andante c단조 3/8박자-Presto C장조 2/2박자

    후궁탈출의 내용은 오스만튀르크(튀르키예, 터키)에 대한 부정적이고 야만적인 묘사로 이루어져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전쟁을 통해 튀르키예에 대해 공포와 두려움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오페라의 출발도 스페인의 귀족 벨몬테(Belmonte)의 약혼녀인 영국 귀족의 딸 콘스탄체(Konstanze)가 해적에게 납치되어 하인들과 함께 튀르키예 권력자 파샤 셀림(Pasha Selim)의 궁전에 노예로 팔려갔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1막과 3막에서 파샤 셀림이 등장할 때 나오는 '예니체리 합창(Bassa selim lebe lange)''

    다행히 스페인 태생의 기독교인에서 무슬림으로 개종한 파샤 셀림은 노예들을 그나마 해변 궁전에서 견딜 수 있는 조건에서 살 수 있도록 해 주었다가 콘스탄체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에게 열렬히 구애한다. 하지만 이미 연인 벨몬트에게 사랑을 맹세한 그녀는 파샤 셀림에게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은 가지지만 그의 사랑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2막에서 파샤 셀림은 자신의 사랑을 냉정하게 거부하는 콘스탄체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고 선포하지만 콘스탄체는 ‘차라리 죽더라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자 ‘죽이지 않고 살려둔 채로 가장 고통스럽게 고문하겠다’고 협박한다. 이 때 콘스탄체가 부르는 아리아가 후궁탈출의 중심 곡인 '어떠한 형벌이 가해지더라도(Martern aller Arten)'이다.

     

    '아리아, 어떠한 형벌이 가해지더라도(Aria, Martern aller Arten)'

    어떤 고문이 기다린다 해도 나는 웃어 주리라

    어떤 고통도 아픔도 나를 흔들 수는 없으리

    오직 진실과 함께 할 때 두려울 것이 어디 있으랴

    어떤 무서운 명령이든 내리세요 미친 듯이 협박하고 처벌하세요

    죽음을 맞을 때까지 저는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이 곡은 가사가 고문에 관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노래하는 가수에게도 고문에 가까운 고난도의 콜로라투라(coloratura) 창법을 구사해야하는 어려운 곡이어서 ‘고문의 아리아’라고 불린다. 전주곡도 2분 정도로 길고 총 9분여가 소요되는 긴 아리아이다. 콘스탄체의 단호하면서도 순결이 묻어나는 지순한 사랑을 노래하는 콘스탄체의 아리아에 감동한 파샤 셀림이지만 그녀를 향한 사랑의 마음은 꺾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불타오른다.

     

    임송 박사 사진제공 - 오페라
    임송 박사 사진제공 - 오페라 '후궁탈출' 중에서

     

    콘스탄체의 연인 벨몬트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배를 타고 들어와 건축기사로 위장하여 후궁으로 잠입하고 계획대로 일행을 구출하여 탈출을 시도하지만 경비대장 오스민(Osmin)에게 붙잡혀 파샤 셀림 앞으로 끌려 나온다. 벨몬테는 자신이 오란의 사령관 로스타도스의 아들로서 큰 몸값을 내겠으니 풀어달라고 간청하지만 오히려 원수인 로스타도스의 아들이니 더욱 살려둘 수 없다고 단언하고 파샤 셀림이 퇴장하자 두 사람은 함께 죽을 수 있어 행복하다며 손을 맞잡고 노래한다.

     

    '파샤 셀림 만세! (Bassa Selim lebe lange!)'

    반전이 거듭되는 가운데 하인 페드리요와 블론테는 자포자기하고 벨몬테와 콘스탄체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을 때 다시 나타난 파샤 셀림은 '복수처럼 추한 것은 없다'라고 하며 네 사람에게 배를 타고 돌아갈 것을 허락한다. 힘을 가진 자가 한 걸음 물러나자 태산 같은 갈등이 무너지고 평화가 펼쳐졌다. 경비대장 오스만이 분개하지만 평화의 물결은 거스를 수 없고, 모든 사람들이 권력자 파샤 셀림의 은덕을 찬양하면서 '파샤 셀림 만세'가 울려 퍼진다.

     

    오페라 속 스토리의 내용은 유럽은 문명이지만 튀르키예는 야만이라는 구분을 관철하기 위해 파샤 셀림을 스페인 태생의 기독교인에서 나중에 무슬림으로 개종한 권력자라고 설정을 넣어 언제나 우리는 선하고 상대는 악하다는 유럽사회의 이분법적 사고를 유지하며 종결 시킨다. 대본의 시각이 너무나 진부하여 오히려 흥미롭다.

     

    '후궁탈출'의 사건 내용과 모차르트의 현실 사연의 우연한 일치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탈출'의 특징은 의외의 곳에서 발견된다. 후궁탈출의 콘스탄체는 그 해 8월 4일에 모차르트와 결혼하게 되는 실제의 예비신부 콘스탄체와 오버랩된다. 이 작품은 너무나 우연하게도 바로 모차르트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작품처럼 보인다. 1781년부터 모차르트는 자유음악가의 길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콘스탄체와의 결혼을 반대하는 가족들, 그리고 모차르트가 빈에서 활동하는 것을 반대하는 기존 세력들의 벽에 막힌 모차르트가 겪고 있는 현실이 후궁탈출 속의 벨몬테의 아픔과 일치한다. 벨몬테와 콘스탄체의 고난은 모차르트와 예비신부 콘스탄체의 고난이었고, 이들의 사랑을 인정하고 축복해주는 극중의 파샤 셀림은 모차르트가 소망하는 아버지 레오폴트에 대한 모차르트의 희망회로가 되었다. (다음으로 이어짐)

     

    ◈ 본 전문가 컬럼은 한국복지신문과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