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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캄보디아 경제 발전에 '한국의 중고차' 가 있다.

입력 2021.04.15 13:22
수정 2021.04.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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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규 교수
    캄보디아 바티에이 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경영학 박사
    지방으로 출발대기하는버스1.jpg
    최인규 교수 사진제공 - 지방으로 출발 대기하고 있는 버스

     

    [전문가 컬럼=한국복지신문] 김경화 기자= 【국가 발전에 필요한 사회 인프라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도로와 자동차일 것이다. 지난 글에서 캄보디아 경제 발전과 도로 건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의 건설 기술이 이 나라 도로 건설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과 더불어 그로인한 캄보디아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이번에는 그 도로 위를 달리며 캄보디아 경제 발전에 따른 물류의 중심축인 운송을 담당하는 자동차 이야기를 해 보겠다.】


    캄보디아에 오신 분들이라면 도로를 운행하는 대부분의 한국 중고 자동차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상용차의 중심 역할을 하는 버스와 화물 트럭은 거의 대부분이 한국산 중고 자동차임을 알고는 왠지 모를 가슴 뿌듯함(?)을 느꼈을 것이다. 캄보디아는 리비아 다음으로 한국 중고차를 많이 사가는 나라이다. 2020년에 한국에서 수입한 중고차가 25,282대라고 하니 한국으로 봐서는 썩 괜찮은 고객인 셈이다. 주로 10년 이상 된 버스와 트럭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대부분은 한국에서 법적 운행 기간을 다 채우고 안전이 우려되어 폐차해야할 차들이 수출되고 있다. 고철로 처리하는 것보다 외화도 벌고 환경도 지키고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도 늘어나니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 수준의 고철 값에 불과한 중고차가 해상운송비와 캄보디아 관세를 더하고 나면 그 가격은 수 천 만원으로 훌쩍 둔갑을 한다. 게다가 차량 외부에 한글이 쓰여 있으면 차량의 인기가 더 높아 행여 글자 하나라도 떨어진다면 그것을 땜질하여 다시 붙일 정도이니 더불어 한글(한국어)의 인기도 올라가는 효과도 있다.

     

    자랑스런 한글 부착 차량1.jpg
    최인규 교수 사진제공 - 자랑스런 한글 부착 차량

     

    내 옆 집 주민은 미국에서 노동자로 일하여 번 돈을 가지고 귀국한 후 13년 된 한국산 5톤 크레인 트럭을 5만 달라(약 6천만 원)에 구입하여 운송업에 뛰어 들더니 일 년이 지나지도 않아 역시 한국산 8톤 크레인 트럭을 한 대 더 구입하여 돈을 아주 잘 벌고 있다. 언젠가 그 댁 부부와 함께 식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 중고차 성능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바로 ‘엄지척’ 하였다. 우리로서는 말도 안 되게 비싼 중고차 가격임에도 이 나라에서는 연간 2만 여대 이상이 수입되고 있는걸 보면 확실히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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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규 교수 사진제공 - 5톤 크레인 트럭

     

    캄보디아 사람들은 손재주가 좋다. 세계 6대 불가사의라고 말하는 ‘앙코르 왓트’의 섬세하고 환상적인 건축 조각을 만들어 낸 솜씨로 폐차 수준의 한국산 중고차가 수입되면 이리 저리 손길을 더 해 언 듯 봐서는 수입 이전의 상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중고차를 번듯하게 변신 시킨다. 대형 버스는 교묘하게 차량의 전면부와 후면부를 잘라내고 한 두 단계 위 신형 모델로 바꾸는 일도 있고 화물트럭의 경우에는 적재함을 개조하여 본래의 적재중량보다 훨씬 많은 짐을 싣도록 개조하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예를 들면 5톤 트럭에 중간 구동축을 하나 더 달거나 적재함의 길이와 높이를 늘리는 방법으로 본래에 만들어진 설계상 적재량의 거의 두 배 이상을 싣고 다닌다. 그래서 이 나라 정부에서도 화물차의 과적으로 인한 도로 파손을 심히 우려하여 주요 간선 국도에는 과적 검문소를 많이 설치하고 있는데 내 눈에는 그리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예전의 한국에서 비일비재했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단속 시절과 다름없지 않나 생각한다.

     

    적재함을 개조한 트럭1.jpg
    최인규 교수 사진제공 - 적재함을 개조한 한국 중고 트럭

     

    캄보디아 도로를 달리는 버스와(대형, 중형, 소형 승합), 트럭(대형, 중형, 소형, 중대형 덤프트럭, 특장차 등)은 거의 대부분 한국 중고차다. 그러나 상용차가 아닌 일반 승용차의 경우는 여전히 일본산 승용차, 그 중에서도 ‘T 사’의 자동차는 이 나라 국민차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승용차에서 한국차는 경차 정도에서 간간히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캄보디아에서 상용차와 승용차가 한국산과 일본산으로 극명하게 갈린 이유는 사실 알고 보면 간단하다. 앞서 말한 일본 ‘T사’의 승용차들은 100퍼센트 미국 현지 공장에서 만들어진 우리와 같은 좌측 핸들 차량이다. 게다가 일본 자동차 회사의 미국 공장에서는 대형차를 거의 만들지 않고 있으며 우리처럼 차량이 우측통행을 하는 캄보디아에서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좌측통행 차량의 구조는 이 나라 도로를 운행하기에는 대단히 위험하다. 이런 상황을 한국의 중고차가 특히, 상용차들이 그 자리를 석권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자연스레 캄보디아 산업 물동량은 한국 상용차들이 독차지하고 있으니 이 나라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하는 것 아니고 뭐겠는가.

     

    LPG 운반차량1.jpg
    최인규 교수 사진제공 - LPG 운반차량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중고차의 수입에 대한 각종 규제가 늘어나고 점차 신차가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산 신차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각종 미디어에 한국산 승용차의 광고 역시 자주 보게 되는데 신차 판매에서도 한국 차들이 일본산 자동차와 한 판 붙기 위해 슬슬 몸을 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웃 나라 베트남에서는 이미 한국 승용차들이 일본차들을 누르고 판매 1위를 차지했고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한국산 차들의 판매량이 늘고 있으니 머잖아 이 곳 캄보디아에도 중고차는 물론이고 신차 판매에서도 싹쓸이 현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본 전문가 컬럼은 한국복지신문과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