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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시네하우스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 이 여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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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시네하우스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 이 여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소설 '어디에서나 슬픔은 반짝인다' 서적포 출간

[영화 각본ㆍ감독 작품]
2002 '로드무비'
2004 '얼굴없는 미녀'
2010 '3D디지털 노마드'
2015 '세상끝의 사랑'
2020 '그녀의 비밀정원'
2024 '뚜르게네프 소설 첫 사랑' 영화 프리 프로덕션
'베트남 프로젝트' 영화제작 준비 중

김인식 감독 자료제공 - 1.jpg
김인식 감독 자료제공 - 네이버 자료캡처

 

[전문가 컬럼=한국복지신문] 정지훈 기자= 2001년에 개봉한 송해성 감독의 영화 '파이란' (白蘭, Failan)은 일본소설 아사다 지로의 단편 '러브레터'를 각색하여 영화화 됐다. 영화의 카피문구이다.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 이 여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

 

비디오 가게에서 불법 포르노나 대여해 주며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 주인공 강재(최민식)는 삼류건달이다. 착한 건달? 말과 행동만 거칠지 물러터진 조직폭력배. 당연스레 서열에서 밀리고 후배들의 은근한 무시를 견디며 살아가는 강재.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대로 이모를 찾아 중국에서 한국에 도착한 파이란(장백지). 수소문 해 이모집을 찾아가지만 이모 가족은 일 년전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후였다. 갑작스레 낯선 땅에서 불법 체류자 신세로 전락한 파이란.

 

영화는 한번도 직접 대면한 적 없는 두 사람, 삼류건달 강재(최민식)와 중국 불법 체류자 파이란(장백지)의 삶을 이야기 한다.

 

(인신매매 조직이나 다름없는)인력사무소 직원에 걸려든 파이란(장백지)은 한국 체류를 위해 인력사무소의 주선으로 강재(최민식)와 위장결혼을 하게 된다.

 

잔돈푼이나 벌어보고자 위장결혼 서류와 사진을 인력사무소에 건네러 왔던 강재는 인력사무소 문틈으로 얼핏 봤을 뿐인 파이란과 서류상 부부가 된다. 스치듯 얼핏 봤던. 아니 인연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찰라의 만남, 두 사람은 파이란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만나게 된다.

 

파이란을 위장결혼 시킨 후 인력사무소는 동해안 간성의 한 룸사롱에 파이란을 팔아 넘긴다. 겁에 질린 파이란은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 목구멍에서 피를 토해내며 결핵환자 흉내를 낸다. 그것을 본 룸사롱 사장의 거부로 파이란은 다행히 간성의 어느 작은 세탁소에서 머물며 일하게 된다.

 

인력소개소 직원이 전해 준 강재의 증명사진 한 장. 낯선 한국 땅, 파이란에게 강재의 사진은 위안이자 삶의 버팀목 이었다. (비록 위장결혼이었지만) 자신과 결혼 해준 강재에게 진심으로 감사해 했던 파이란. 하지만 한국에서의 고된 노동의 나날들은 그녀를 병들게 했다. 진짜로 결핵에 걸렸던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 선 파이란은 한국에서의 유일한 끈, 비록 서류상 남편에 불과했지만 보고 싶었던 강재를 찾아 인천에 온다. 강재가 기거하는 비디오 가게 주변을 서성이는 파이란. 망설임 끝에 강재 앞에 나서려던 그 순간 경찰들이 강재가 있는 비디오 가게에 들이닥친다. 불법 포르노 판매 죄로 파이란의 눈앞에서 멀어지는 수갑 찬 강재.

 

그때 파이란과 강재가 만났었더라면? 착한 강재는 파이란을 (요즘은 병도 아닌)결핵 때문에 그녀를 죽게 내버려 두었을까? 분명 강재는 파이란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뛰었을 것이다. 파이란을 살려 낸 후 여우같은 마누라에 토끼같은 자식들을 낳으며 행복했을 것이다. 왜 하필 그때 경찰에 체포되었을까?

 

강재를 만나기 위해 하루 하루 한국어를 공부했던 파이란은 그 어눌한 한국어 실력으로 강재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남기고 병원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다.

 

(비록 서류상이지만) 죽은 아내의 신원확인과 장례를 위해 파이란이 일하던 바닷가 간성으로 향하는 강재. 파이란이 일하던 간성의 그 세탁소에 들러 함께 생활했던 할머니로부터 편지를 건네받는다.

 

자신을 아내로 맞아준 강재에 대한 고마움. 한 번도 못 봤지만 자신의 낯선 생활에 큰 의지가 되어 준 강재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적혀 있는 파이란의 편지. 시궁창 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삼류건달 강재의 외로움과 낯선 이국땅에서 거친 노동을 견뎌야 했던 파이란의 외로움. 두 외로움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거나 소중한 존재였던 적이 없는 강재, 그 편지를 읽으며 떨리는 손으로 담배 불을 붙이려다 결국 울음을 터트리는 강재의 해변가 장면은 이 영화이 백미라고 할 수 있겠다.

 

강재와 파이란, 두 사람은 한 번도 얼굴을 맞대지 못했지만, 파이란은 강재로 인해 희망을, 강재는 파이란의 순수함으로 인해 삶의 구원 받는다. 이 얼마나 대단한 사랑의 힘인가.

 

김인식 감독 자료제공 - 2_00000.jpg
김인식 감독 자료제공 - 네이버 자료캡처

 

영화 ‘파이란’을 보고 난 후 가슴 먹먹한 그 여운과 감동. 아니 감동이라기보다는 삶의 잔인함, 황폐함, 그냥 소멸되어 버리고 싶은 그런 황폐한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감정은 오래전에 읽었던 짧은 일본 단편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남편 없이 4살 된 딸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는 한 여자.

 

너무도 가난했기 이제 막 아장아장 걷는 딸과 함께 망개떡을 머리에 이고 행상을 해야만 했다. 소설은 망개떡을 이고 거리를 헤매는 모녀를 공들여 묘사하고 있었다. 바보 같은 성실함, 슬프도록 착한 두 모녀에 다가오는 한 줄기 빛, 여자가 행상하는 동네 건축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내였다.

 

점심시간마다 두 모녀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가 망개떡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그 남자. 남자는 듬직하고 자상했다. 독자들은 제발 제발 두 남녀가 사랑하게 되기를, 저 건장한 남자가 (빗속에 버려진 고양이들 같은)두 모녀를 구해 주기를 기도하게 만든다.

 

몇 번의 만남과 데이트 드디어 함께 살 것을 약속하는 그 순간, 독자들은 휴 하고 안도의 한숨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독자에게 이런 감정을 들게 하는 소설가의 용이 주도 함은 교활할 정도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말한다, 집을 구하고 살림을 마련하려면 일주일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일주일 후에 공사장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다. 일주일 후에 만나 벚꽃 구경을 한 후 함께 살 집으로 가자고 약속했던 그 남자.

 

하지만 일주 일 후 그 남자는 그 공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증발해 버린 것이다. 여자는 딸의 손을 잡고 매일 매일 그 공사장 앞에서 그 남자를 기다렸지만 그는 사라져 버렸다. 소설의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실은 옥상에서 떨어지던 건축자제를 맞고 남자는 현장에서 즉사를 했던 것이다.

 

동료의 말에 의하면 일주일 후 벚꽃나무 아래서 결혼식을 할 거라고 행복해 했다던 그 남자. 여자와 딸의 해 행복을 바랬던 독자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소설은 잔인하게도 독자의 바램을 배신한다. 짧았고 잔잔했지만 격렬한 감정을 휘몰아치게 했던 그 소설, 그 여자가 파이란의 장백지와 왜 닮아 보이는 걸까? 아, 그러고 보니 파이란의 장백지 같은, 망개떡 행상의 소설 속 여자 같은 존재가 필자의 주변에 또 한사람 있다. 따지고 따지다보면 먼 친척이 되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철없을 때 임신을 했고 그 때문에 결혼을 했어야 했었던 여자. 남편 역시 철부지 애였고 술고래에 아내를 구타했다. 딸이 아장아장 걸을 무렵 어느 날 남편은 사라졌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이 증발한 지 삼년 후 그가 사망해 공동묘지에 묻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여인은 남편의 죽음으로 지옥 같은 결혼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삼년 후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여자는 동네 미장원 주인의 중매로 한 한 남자를 만났다. 결혼을 주저하는 여자, 하지만 남자는 여자에게 진심이었다. 지금은 비록 시골동네 자동차 정비소 하고 있지만 곧 조금만 더 열심을 낸다면 집도 사고 딸도 호강시킬 수 있다고 설득했다.

 

정말 그는 성실했고 동네 사람 평판대로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다. 남자와 여자는 정비소에 뒤쪽에 컨테이너 두 개를 이어 신혼집을 차리고 그야말로 깨를 볶으며 행복한 날들을 보냈다. 아파트 청약 적금도 들고, 비싼 딸 교육보험도 두 개나 들었으며 아내와 딸 기죽으면 안 된다고 연식이 꽤 됐지만 중고 벤츠도 사서 운전수를 자처했던 그 남자.

 

가족의 미래를 위해 남자는 낮 밤을 가리지 않고 개미처럼 일했다. 자동차보험 회사와 계약을 해서, 아무리 늦은 밤에도 전화가 오면 현장으로 달려 나갔던 그 남자. 어느 겨울 새벽 세시경에 보험사를 통해 걸려온 전화, 사고 차량이 국도변 옆 간선도로에 차량 시동이 꺼진 채 있다는 긴급 출동 전화였다.

 

착한 남자는 살얼음이 덮힌 컴컴한 길을 뚫고 사고 현장으로 출동을 했다. 짐작했던 대로 배터리 방전의 단순 고장이었다. 자동차를 수리해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귀가길, 이번엔 출동 나갔던 남자의 차량에 펑크가 났었다. 타이어 옆구리가 찢겨 나가 타이어를 갈아야만 했던 상황, 갓길에 차를 세우고 타이어를 갈아 끼던 그 남자, 그런데 어둠 속에서 급발진으로 나타나는 한 대의 자동차.

 

갓길에서 타이어를 갈고 있던 남자의 자동차를 그대로 덮쳤다. 조금 전 전화를 받고 출장 나가 수리해 줬던 그 자동차에 의해 남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를 했다. 자신이 방금 수리해 준 차량에 의해 죽어야만 했던 그 남자.

 

어떤 사람들에겐 하늘은 왜 그토록 잔인하게 구는 것일까? 장례식장에서 넋을 잃고 허공만 바라보는 내 먼 친척의 여인, 눈물마저 말라버린 그 비극 그 절망. 그 여인의 처참한 모습에 모든 조문객들이 소리 내어 울었던 그 장례식장. 필자는 지금도 그때 그 사건이 생각나면 가슴 서늘한 두려움에 사로 잡히곤 한다.

 

하긴 모든 생명이 살고자 발버둥 치는데 자연에 역행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있으니...... 정말 삶은 미스터리 하다. 아니 어쩌면 너무도 심플한데 복잡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모두 소멸하는 존재들 아니겠는가.

 

가끔 (먼저 세상을 떠난)선배님들이 부럽다.

 

파이란의 장백지처럼, 장백재의 편지를 읽으며 오열하던 최민식처럼, 벚꽃 놀이 후 신혼살림 꿈꾸던 소설 속의 그 남자처럼, 자동차정비소 그 남자처럼....... 가슴이 미어지는 그러 애처럽고 아름다운(?) 죽음 말고 조그만 더 편안하게 아니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무섭게 빠른 세월. 온 세상이 연분홍 벚꽃으로 뒤덮일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금산사 밑자락 필자의 작업실 부근에도 스케일 큰 벚꽃대로가 있다.

 

규모에 비해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더욱 아름다운 금산사 벚꽃대로. 우중충한 요즘 날씨 때문에 더더욱 벚꽃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윤대녕의 소설 ‘상춘곡’의 주인공처럼 남녘에서부터 꽃망울을 터트리며 북으로 올라오는 벚꽃을 기다리다 지쳐 제주도로 내려가, 벚꽃을 몰고 서울로 올라오는 멋진 여행을 필자도 흉내 내보고 싶다.

 

우리나라 남쪽 끝 제주도에서 벚꽃을 몰고 서울까지 올라오는 여행, 사실 죽기전에 한번쯤 해 보고 싶은 여행이기도 하다.

 

◈ 본 전문가 컬럼은 한국복지신문과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복지신문 정지훈 기자 leaderjjh@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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