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한국복지신문] 백광석 기자= 서울역사편찬원은 염천교 구두장인들의 일과 삶을 구술로 풀어낸 서울역사구술자료집 제12권 ‘구두 한 켤레에 일생을 담다-염천교의 구두장인들’ 을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서울시민들에게 현대 서울의 생생한 역사를 전달하기 위해 구술채록 사업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두 11권의 서울역사구술자료집 시리즈을 발간했다.
이번에 발간한 제12권 ‘구두 한 켤레에 일생을 담다’ 에서는 중구 의주로2가에 위치해 있는 염천교 수제화거리 구두장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채록ㆍ정리했다.
이 책은 염천교 일대를 무대로 활동한 구두장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들이 구두일을 어떻게 배웠는지, 당시 서울의 제화산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것에 있어 염천교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본 구술자료집은 염천교에서 활동한 구두장인 10명의 목소리를 담았고 이들은 대부분 10대 중ㆍ후반부터 구두일을 시작했으며, 시기별로 보면 빠른 경우 6ㆍ25전쟁 이전부터, 늦어도 1970년대부터 제화업에 종사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들려주는 견습생 시절 구두일을 배우는 모습이나 당시 구두공장의 풍경, 기술자들의 근무 문화는 그 시절 서울 중소공장에서의 일상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는 귀중한 증언이다.
특히, 지난 1960~1970년대 경제성장과 더불어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구두 수요도 증가했고, 염천교는 밤낮없이 바쁘게 일했다고 하며, 또한 1980년대부터는 지방의 구두상점들이 이곳으로 올라와 기성화를 도매로 납품받았고 염천교는 도매상들의 주요 거래처가 됐으며, 이 책의 구술자들도 당시 전국으로 팔리는 구두 중 상당수는 염천교에서 만들어진 제품였다고 증언하고, 그 시절을 염천교의 ‘전성기’ 로 기억한다.
또한, 지난 2000년대 이후 인터넷과 홈쇼핑이 등장하면서 유통 구조가 급변하기 시작했고,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들어와 시장을 잠식했으며, 이 책의 염천교 구두장인들도 이 무렵부터 구두산업이 침체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고,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제화와 특수화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많은 양의 공장식 기성화를 생산하던 체제에서 수작업을 통한 높은 품질의 제품을 내놓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저가의 중국산 기성화가 충족시킬 수 없는 수제화만의 견고함과 마감, 소비자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구두, 그리고 댄스화와 같은 특수화 분야의 개척을 강조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서울의 역동성과 일맥상통하고 있는 사례다.
이와 함께, 가죽을 재단하고 박음질하며, 창을 깎아서 오려내고, 그렇게 한땀 한땀 구두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는 장인들의 일과 삶이 녹아있고, 그들이 경험했던 일과 삶은 서울 중소 상공업의 변화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장인들이 만든 한 켤레의 구두 속에도 서울의 바뀌는 모습이 담겨 있고, 염천교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작지만 중요한 서울의 중소 상공업과 일상의 변화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이 책에 담겨 있는 장인들의 일과 삶을 통해 20세기 서울 중소 상공업의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