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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홍시감을 들고 온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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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홍시감을 들고 온 어르신

김민영 전 정읍산림조합장
전 정읍구절초축제추진위원장
대통령 표창 (2012)

신문 감 3.jpg
김민영 전 산림조합장 사진제공 - 홍시 감나무

 

[전문가 컬럼=한국복지신문] 김경화 기자= 홍시감을 보면 나도 모르게 생각나는 어르신이 한 분 계신다.

 

정읍 1시민 1나무 갖기 운동에서 나를 보았다며 한번 만나고 싶다고 전화가 왔다. 간곡한 목소리로 밥 한번 사고 싶다고 하시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하셨다. 바쁜 일이 많다 보니 몇 번의 독촉 끝에 만나게 되었는데 어르신은 아주 먹음직스럽고 곱게 익은 대봉 홍시를 하나 그릇에 담아 들고 오셨다.

 

“내가 지난 봄에 조합장이 준 감나무 덕에 살아났네.”

 

어르신은 자리에 앉자마자 감을 내밀며 말씀하셨다. 그날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지난봄에 산림조합에서 나무를 거저 나눠준다 해서 감나무를 하나 얻어다 마당 귀퉁이에 심었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지. 암 선고를 받았지 뭔가. 첨에는 믿을 수가 없고 내가 크게 잘못 산것도 없는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눈앞이 캄캄하고 하늘이 원망스럽고...우두커니 마당에 서서 생각허는 것도 감나무에 감이 열릴 때면 나는 살아있을까? 세상을 뜨고 없을까? 그런 생각만 들더란 말일세. 알 수 없는 것이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은 다 내 마음을 제대로 몰라주는 것 같고 날이 갈수록 왠지 나무가 내 맘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아. 그 자리에 삐쩍 마른 몸으로 서서 날이 지나면 잎이 더 피고 잎사귀 사이에 꽃이 피고. 그렇게 날마다 감나무를 쳐다보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네.

 

복지신문 감.jpg
김민영 전 산림조합장 사진제공 - 마당 귀퉁이 감나무

 

사실 교통사고로 오늘 죽을 수도 있고 잠자다가 죽을 수도 있고 하는 것이 인생 아닌가. 잎피고 꽃피고 열매 맺고 그러고 한해 살고 또 봄에 잎이 피고. 오래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올해 우리 마당에 와서 처음으로 피는 감꽃을 보았으니 감이 익을 때까지만 살자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네. 그러면서 마음 비우고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았네. 병원에서도 감을 매달고 선 마당의 감나무가 생각나고. 바람이 세게 불고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걱정도 되고. 다행히 치료가 잘 되었고 나는 다시 살아났네. 내가 살아난 것이 꼭 이 감 덕분인 것 같아서 서리 맞아 빨갛게 감이 익으니 나무를 나눠준 김 조합장에게 주고 싶었네.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뭉클했다. 그날 나는 맛있는 밥을 대접받았고 차마 먹을 수 없는 감홍시를 받아왔다.

 

사람들에게 나무를 나눠주고 싶은 생각은 조합장이 되기 이전부터 상상하던 꿈이었다. 어린왕자의 장미처럼 이 세상에 특별한 자기 나무가 한그루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말없는 나무지만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잎이 핀다. 푸른 열매에서 붉은 열매로 익다가 나뭇잎을 떨구고 겨울의 찬바람을 말없이 견딘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것, 세월이 지나면 성장하고 변화한다는 것, 왔다갔다 갈팡질팡 하는 마음도 묵묵한 나무를 마주 보면 정돈되곤 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나무 선물을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당장 직원 월급도 못 주는데 공짜로 나무 나눠주기를 어찌 할 수 있겠는가. 꿈을 잊은 적은 없다. 2011년부터 조합이 정상궤도에 들자 시작했다. 처음으로 나무를 나눠 주던 해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산림조합에서는 해마다 봄이면 나무시장을 열어 판매를 하는데 첫날 나무 나누기를 하면 홍보가 저절로 되었다. 산림청 지원을 요청해서 협찬을 받고 조합에서도 준비한 나무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묘목 값은 천만 원 정도 들었다. 나무를 그냥 나눠 준다는 소식을 듣고 산림조합 앞에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길게 줄을 섰다.

 

신문 감 1.jpg
김민영 전 산림조합장 사진제공 - 어르신 감나무

 

열매가 열리는 감나무 사과나무 매실나무는 나무를 심을 마당이나 땅이 있는 분들이 좋아했다. 처음에는 땅에 심을 수 있는 품종만 나누어 드리다 도심 아파트 사시는 분들이 화분에 심을 수 있게 품목을 확장해서 다양하게 준비했다. 천리향 같은 꽃나무와 다육식물 등도 인기가 많았다. 해가 갈수록 호응이 좋아지자 우리를 보고 따라 하는 산림조합도 생겼다.

 

나무 나눠주기 행사는 나무를 받는 시민뿐만 아니라 생산조합원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조합원들이 기른 묘목을 조합이 구입해서 나눠 주었기 때문이다. 산림청에서도 적극 지원을 해주고 직원까지 파견해 주어 해가 갈수록 더욱 많은 나무를 나누었다. 그리고 공짜나무를 받고 다른 나무나 꽃화분까지 사고 나무 가꾸기에 필요한 비료나 농약 꽃삽을 사고 산림조합 마트에서 장도 보고 가기 때문에 그 어떤 세일 대잔치보다 판매고가 높았다.

 

우리는 지역사회에 살고있기 때문에 조합원 아닌 시민들이나 임업인 시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조합을 만들고 싶었다. 지역사회의 단풍 마라톤에도 단체로 참여해서 아름다운 단풍길을 가을하늘아래 달리고 벌목한 나무를 손질해 땔감도 나누었다.

 

산에서 사는 야생동물을 위해 눈 오는 겨울에는 먹이를 주는 일도 했다. 해마다 새해 첫째 주에는 사슴목장에서 서래봉 내장사에 이르는 산행을 하며 쌀과 좁쌀 수수를 넉넉하게 뿌려주었다. 겨울이라 먹이 구하기가 어려운 새도 먹고 토끼도 먹고 쓰레기도 큰 쓰레기 봉지를 들고 걸어가며 주웠다. 산림조합 직원이니 산을 더욱 사랑하고 보살펴야 함을 서로 배우는 기회이기도 했다. 봉사활동은 직원들 간의 유대감 강화와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조합경영의 밑거름이 되고 신뢰감도 높여준다.

 

감홍시를 들고 찾아주신 어르신 덕분에 몹시 뿌듯했다. 우리는 때로 큰 고난 앞에 한없이 연약한 사람이고 그때 희망을 주는 무언가가 중요하다. 그 가을 이후 어르신이 가장 힘들었을 때 위로와 희망이 되었던 그 감나무는 지금쯤 더 많은 가지를 뻗었을 것이다. 어르신 또한 감나무를 가꾸고 잘 익은 홍시를 누군가에게 나눠 주시며 건강하게 지내실거라 믿는다.

 

◈ 본 전문가 컬럼은 한국복지신문과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복지신문 김경화 기자 hwa37111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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